산토 샹그레 실렌시오
벌레들의 섬
BGM
읽지 않아도 되는 성지 안내서

산토 샹그레
실렌시오

읽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이곳은 벌레들의 섬, 산토 샹그레 실렌시오에 관한 비공개 기록 모음이야.
그대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여기까지 온 이상, 나는 이야기를 해 줄게.
하지만 기억해. 이 문서들은 결코 정식 기록이 아니야.
누군가의 삶을 훔쳐보는 것과도 같으니까.

모른 채 들어가도 괜찮아. 어쩌면 그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르지. 그래도 그대가 지도를 먼저 펼쳐야 잠드는 사람이라면, 아래 기록을 하나씩 열어 보렴.

기록 열람

조건은 없어. 잠금도 없어.
다만 펼친 뒤에는, 모른 척하기 조금 어려워질 뿐이야.

01
섬의 이름

이름은 언제나 누군가에 의해 지어진다.

산토 샹그레. 좋은 이름이지. 너무 좋아서, 누가 피를 흘렸는지 잊게 만들 정도로. 성지는 그렇게 만들어져. 죽은 자를 묻고, 산 자의 혀를 고쳐 부르게 하며.

  • 산토 샹그레는 성황청 점령 이후 붙은 이름이다.
  • 본래 이 섬에는 데 솔로를 중심으로 한 옛 신앙과 다른 이름이 있었다.
  • 성스러운 이름은 정복과 은광, 항구 장악을 순교의 기록으로 바꾸는 포장지이기도 했다.
02
질서의 신과 옛 신

신은 언제나 바뀌지만, 믿는 자들의 고통은 남는다.

질서의 신은 자애로운 아버지일까, 아니면 사람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붙잡는 난간일까. 높은 이들도 아마 모를 거야. 다만 사람은 믿지 않으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것만은 모두가 알고 있지.

  • 질서의 신은 인간이 질서로 존재하기 위해 믿는 규범신에 가깝다.
  • 옛 신들은 구신앙과 공포가 오래 축적되어 실재화한 형이상학적 존재다.
  • 데 솔로는 산토 샹그레의 옛 신이며, 변화와 탈피와 세례의 이름으로 남아 있다.
03
세례 사태

믿음이 피가 된 날, 섬은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사람들은 그것을 벌레라 부르고, 어떤 이들은 세례라 부르지. 이름은 다르지만 변하는 쪽은 늘 인간이었어. 너무 많이 이해한 사람은 더 이상 사람의 형상을 유지하지 못했거든.

  • 세례는 단순 감염이 아니라 데 솔로의 의지 편린을 이해한 인간에게 일어나는 변형이다.
  • 성황청은 충해와 정화의 언어로, 잔존신도는 세례와 탈피의 언어로 해석한다.
  • 수인은 세례자가 되지 않는다는 진실이 있으나, 대부분의 인물은 이를 모른다.
04
남부 생활권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남부는 안전하지 않아. 다만 아직 망하지 않았을 뿐이지. 관청은 서류를 붙잡고, 수도원은 이름을 적고, 테르시오는 밤마다 가족의 목소리를 향해 석궁을 겨눠.

  • 남부 생활권은 관청, 수도원, 항구, 시장, 병영, 배급제가 남아 있는 마지막 생존권이다.
  • 피난민과 섬민들은 본국을 원망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기대한다.
  • 중서부와 동부는 이미 구생활권, 충해권, 세례자권으로 갈라졌다.
05
섬의 사람들

이름 없는 자들의 이야기. 작은 삶들의 기록.

이 섬의 사람들을 너무 빨리 이해하려 하지 마. 루카스는 농담으로 버티고, 하비에르는 서류로 무너지지 않아. 레타는 상처를 묶고, 이니고는 이름을 적지. 그리고 알무데나는, 아마 그대가 오기 전부터 그대에 대해 듣고 있었을지도 몰라.

  • 각 세력은 대표 인물뿐 아니라 이름 없는 군집과 생활인을 가진다.
  • 섬민, 피난민, 잔존신도, 북부원주민은 단순 선악으로 나뉘지 않는다.
  • 캐릭터의 배경은 세례 사태 전후로 갈라지며, 읽는 일은 누군가의 삶을 훔쳐보는 것과 닮아 있다.
06
읽지 말아야 할 기록

열람은 자유, 책임도 그대의 것이 된다.

여기부터는 읽지 않는 편이 좋아. 그대가 아직 장벽의 밤을 듣지 않았다면, 고치가 된 마을을 보지 않았다면, 알무데나의 미소를 정면에서 본 적 없다면, 이 기록은 조금 이를지도 모르거든.

  • 이 항목은 심화 로어와 캐릭터 전후사, 세례자권의 진실을 다룬다.
  • 플레이 전에 전부 읽어도 되지만, 모르는 채로 만나는 쪽이 더 강하게 작동하는 정보도 있다.
  • 모든 앎이 축복은 아니다.

세례 사태 전후 기록

이것은 그들의 삶을 훔쳐보는 일과도 비슷하지.
누구나 열 수 있어. 다만 읽은 뒤에도 모른 척할 수 있을지는, 그대의 몫이야.

각 기록은 세례 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있어. 사람은 하루아침에 괴물이 되지 않고, 어떤 이는 괴물이 오기 전부터 이미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거든.
루카스테르시오 대장
농담으로 장벽의 밤을 버티는 본국 장교.
세례 전

정복전쟁에 참전했고, 엘레나를 구한 뒤에도 본국의 군인으로 살았어. 섬은 그에게 끝난 전쟁의 장소였지.

세례 후

엘레나의 결혼식에서 세례와 죽음을 보았고, 얼어붙은 순간 레오노르가 대신 다쳤어. 그는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장벽에 남았지.

훔쳐본 흔적: 그가 자르는 꽁지머리는 섬민들의 부적이지만, 죄책감은 아무리 잘라도 다시 자라.

레오노르테르시오 부대장
냉정한 부관이자, 누군가의 죄책감에 너무 오래 붙들린 사람.
세례 전

엄격한 귀족 가문과 부친의 폭력 아래 자랐고, 군에서 꼼꼼함과 단호함으로 살아남았어.

세례 후

루카스를 지키다 왼눈과 목의 살을 잃었지. 그래도 그녀는 누군가의 비극보다 오늘의 장벽 보수를 먼저 봐.

훔쳐본 흔적: 귀여운 아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흉터와 계급장 사이에서 아직도 얌전히 숨을 쉬고 있어.

곤살로테르시오 하사
모두의 기분을 재다가 자기 속을 놓치는 병사.
세례 전

정착민 가정의 막내였고, 본국으로 간 형제들 대신 노모 마리아를 부양했어.

세례 후

장벽의 피로 속에서도 농담과 맞장구로 부대 분위기를 붙들어. 혼자 남으면 가라앉지만, 사람 앞에서는 자주 떠오르려 하지.

훔쳐본 흔적: 그는 누구보다 평범해서, 그래서 오래 보면 더 아프지.

비올란테테르시오 석궁수
쏜 대상의 이름을 잊지 않는 과묵한 사수.
세례 전

상인 부친을 따라 섬에 왔고, 부친을 잃은 뒤 용병처럼 흘러다녔어.

세례 후

장벽에 오래 남아 사격선을 지켜. 죽이는 일은 익숙해졌지만, 이름까지 익숙해지진 않았지.

훔쳐본 흔적: 낮은 목소리와 경박한 웃음 사이, 그녀는 하찮은 농담을 꽤 아낀단다.

산초테르시오 신병
과거를 잘라낸 이름, 그래도 흔들리는 피피.
세례 전

에피파니아, 피피라 불리던 아이였어. 가족과 부친 호르헤가 그녀의 세계였지.

세례 후

가족은 죽었고, 호르헤는 세례자가 되었어. 그녀는 머리를 자르고 이름을 바꾸었지만, 과거는 장벽 너머에서 아직도 부르지.

훔쳐본 흔적: 가장 밝은 아이는 때때로 가장 쉽게 문을 열어. 그래서 누군가는 그녀를 지켜봐야 해.

레타수도원 수녀
상냥한 현실직시로 상처를 묶는 사람.
세례 전

본국 빈민가에서 몸을 팔았고, 임신과 유산을 겪었어. 이후 보건소의 잡일을 지나 수도원으로 흘러왔지.

세례 후

제대로 된 병원이 없는 섬에서 치료소 역할을 자처했어. 부상자를 묶고, 통증을 달래고, 그래도 안 되는 죽음은 보내 주지.

훔쳐본 흔적: 그녀는 잃은 아이의 무덤을 만들려다 늘 돌아서. 어떤 기도는 끝까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거든.

이니고수도원 신부
죽은 자의 이름을 전부 적으려는 독설가.
세례 전

정복 때 샹그레로 파견되어 순교 기록을 썼고, 그 뒤에도 섬에 남았어.

세례 후

그는 사망자를 기록하고, 살아남은 자들에게 정신적 안식을 주려 해. 물론 그의 위로는 대개 독설의 모양을 하고 있지.

훔쳐본 흔적: 기록은 애도이기도 하고, 때로는 사라지지 말라는 협박이기도 해.

하비에르섬관청 행정대표
서류를 붙잡고 무너지지 않는 사별자.
세례 전

본국 대학의 엘리트였고, 루시아와 결혼해 아내의 고향인 샹그레로 들어왔어.

세례 후

루시아는 죽기 전 섬민을 지켜 달라 말했고, 그는 그 유언을 서류와 배급표로 붙잡고 있어.

훔쳐본 흔적: 시력이 약해 찡그리는 버릇이 생겼지. 세상을 잘 보지 못해도, 책임은 이상하게 선명하거든.

블랑카너구리수인 상인
돈으로 자존감을 증명하는 살가운 장사꾼.
세례 전

생모 알마에게 버려졌고, 장사 재능으로 상인협회의 인정을 얻었어.

세례 후

봉쇄된 샹그레에서 한몫 냄새를 맡고 따라왔지. 위험을 안 보는 게 아니라, 위험에도 가격표를 붙일 줄 아는 거야.

훔쳐본 흔적: 생모에게 보내는 송금은 용서가 아니야. 네가 버린 딸이 이만큼 잘 산다는 영수증이지.

마리나어촌조합 실권자
바다와 조류를 본국보다 더 믿는 상어수인.
세례 전

어촌에서 태어났고, 바다의 냄새와 사람들의 배고픔을 먼저 배웠어.

세례 후

식량, 소금, 소형선 관리를 틀어쥐었지. 섬을 지키는 방법이 늘 정중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

훔쳐본 흔적: 그녀의 욕설은 꽤 자주 애정과 같은 방향을 향해. 물론 물면 아프단다.

이네스항구목수·창고관리인
작은 몸으로 목재와 못과 밧줄을 계산하는 토끼수인.
세례 전

항구목수 집안에서 태어났고, 손의 감각으로 배와 창고를 배웠어.

세례 후

목재, 못, 밧줄, 선박부품을 관리하며 항구와 장벽 수리에 매달려. 작은 실수가 사람을 죽이는 시기거든.

훔쳐본 흔적: 냉정한 얼굴 뒤에서, 마리나의 솔직한 애욕을 조금 부러워하고 있어.

마르셀라배급소 심부름
본국을 동경했다가, 네 달의 방치로 환멸을 배운 아이.
세례 전

언니 엘레나와 섬 밖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어. 본국 말투를 흉내 내는 일도 아직 조금 즐거웠지.

세례 후

언니와 형부를 잃었고, 본국의 침묵을 배웠어. 그래도 외지 물건을 보면 눈길이 가는 자신을 아직 버리진 못했지.

훔쳐본 흔적: 루카스에게 고맙고 원망스럽다는 마음은, 한 사람 안에서도 충분히 같이 살 수 있단다.

알무데나데 솔로의 유일한 성녀
데 솔로의 유일한 성녀.
세례 전

정복전쟁 중 카예타나와 마테아 사이에서 잉태되었고, 태생부터 데 솔로의 관념을 들었어.

세례 후

썩은 사지를 축복으로 잃고, 인형 같은 사지로 대체했지. 그녀는 섬이 자연스럽게 데 솔로의 축복을 받아들이길 바라.

훔쳐본 흔적: 그녀의 귀여운 호기심이 늘 그녀만의 것이라고 단정하지 마. 때로는 데 솔로가 그런 얼굴을 빌릴 수도 있으니까.

로사리아피난민대표·잔존신도 연락책
정중한 원망이 문을 열려 할 때.
세례 전

남편과 아들을 둔 섬민이었고, 기도와 생활을 크게 나누지 않고 살았어.

세례 후

가족은 벽 밖에 고립되었고, 그녀는 정화라는 말을 거부하게 되었지. 잔존신도의 말이 그녀에게 길처럼 들리기 시작했어.

훔쳐본 흔적: 고통은 정당해. 하지만 정당한 고통이 늘 옳은 문을 두드리지는 않아.

마테아북부원주민 족장
사랑과 금기를 같은 손으로 쥔 사람.
세례 전

정복전쟁 중 카예타나를 사랑했고, 그 사랑은 알무데나라는 아이를 남겼어.

세례 후

북부에 남아 성소의 금기와 생존을 지켜. 알무데나는 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데 솔로의 성녀로 보였지.

훔쳐본 흔적: 잔인해서가 아니야. 그에게 데 솔로의 선점은 너무 자연스러운 질서였을 뿐이지.

시아라북부 사냥꾼·길잡이
길 잃은 사람을 조금 늦게 구하는 귀여운 사냥꾼.
세례 전

북부의 성소길을 익히며 자랐고, 사냥과 금기와 서리의 말을 배웠어.

세례 후

외지인을 감시하고, 때로는 안내하지. 말하는 짐승을 잡는 일도 부탁받으면 해.

훔쳐본 흔적: 사람은 안 쏜다고 했지. 고기가 맛없으니까. 북부의 자비는 대개 이런 모양이야.

카예타나성황청 추기경
투구와 권위 아래, 피로와 장난기를 숨긴 사람.
세례 전

정복전쟁 중 마테아와 사랑했고, 알무데나를 잉태했어. 그 사랑은 손에 꼽을 만큼 달았지.

세례 후

오랜 정화전쟁과 신앙의 절차 속에서 지쳤어. 이제 그녀는 알무데나를 판단해야 하는 사람으로 돌아온다.

훔쳐본 흔적: 그녀는 은근히 칭찬을 좋아하고, 신도들의 첫 시구문을 보관해. 권위도 가끔은 작은 문장을 품어야 버티거든.

세라피나성황청 정화수녀
절차의 폭력과 인정갈구가 같은 얼굴에 얹힌 수행수녀.
세례 전

성황청 정화교육을 받았고, 엘리트 의식과 절차 집착을 몸에 익혔어.

세례 후

카예타나의 수행수녀로 샹그레에 파견된다. 급조된 상급자에게도 예의바른 하극상을 할 만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지.

훔쳐본 흔적: 잔혹함은 때로 신념보다 더 어린 욕구를 감추는 옷이야. 무한히 긍정받고 싶다는 욕구 같은 것.

에니그마탈피체·세례자지휘관
축복받을 환경을 강제하는, 알무데나의 적.
세례 전

본국의 가족이 이단으로 몰살당했고, 노예화되어 샹그레에 팔려왔어. 바닥인생은 그녀에게 선택지를 많이 주지 않았지.

세례 후

탈피체가 된 뒤 데 솔로의 편린을 명령으로 해석해. 호르헤와 엘레나 같은 저지능 세례자를 지휘하며, 남부가 축복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려 해.

훔쳐본 흔적: 비극은 면죄부가 아니야. 그녀는 불쌍했던 사람이 아니라, 지금은 명확히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지.

“모든 진실은 기록되지 않고,
모든 기록은 진실이 아니다.”— 산토 샹그레 실렌시오의 오래된 속담